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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의 나라 '아일랜드'에 가다! 변종순 | 2025-06-20 08:05:14 | 326

처음 더블린 공항에 내렸을 때, 끝없이 펼쳐진 초록 들판이 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단순히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나를 이끌고 있었던 건, 어쩌면 우리가 겪은 ‘아픔’이 닮아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일랜드는 800년 가까이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언어를 빼앗기고, 문화가 억압당하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자유를 위해 싸워야 했다. 더블린 거리의 건물과 동상에서는 여전히 그 투쟁의 흔적이 생생했고 나는 그 앞에서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남과 북으로 나뉜 채 70년 이상을 살아온 우리. 일본의 식민 지배 속에서 이름과 말을 빼앗기며,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두 나라는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방인이었지만, '유럽 속의 한국'에 온 느낌이 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음악은 저항의 도구이자 치유의 언어였다. 더블린 곳곳에 있는 펍에서 울려 퍼지는 켈틱 음악, 그라프튼 거리의 젊은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아일랜드가 겪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증거였다.

 

 슬라이고를 향해 가는 도중 차창 밖에 보이는 호수를 지나면서 나는 여고시절에 배웠던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의 호수'가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정지용의 시 '향수'가 오버랩 되었다.

 이 두 시인이 시를 쓸 당시 두 나라 모두 언어와 문화의 억압을 겪었고 많은 지식인들이 정체성 상실과 향토 상실감을 느꼈을 때였기에, 예이츠가 꿈꾸던 이니스프리는 정지용이 그리워한 '그곳'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두 시인은 각기 다른 땅에서 식민의 억압을 딛고 고향이라는 영혼의 피난처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슬픔도 희망도 함께 비춰주는 아름다운 섬, 아일랜드는 빈국에서 부국으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우리나라! 

 이번 아일랜드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한 나라의 상처를 통해 내 조국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앗! 그리고 내가 그 깊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우리의 손준호 대장님 덕분이었다.

 평범한 관광 안내가 아닌 역사와 감정을 함께 전달해주고,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서  아일랜드의 상처와 회복을 이야기해 주는 것을 들으며, 나는 그냥 '보는 여행자'가 아닌 '공감하는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여정을 만들어준 손준호 대장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전하며, 국내 유일한 준투어의 '아일랜드 투어'가 많은 이들에게 힐링이 되길 바래본다.